20250726. 어른 김장하_ 담다, 닮다/아르떼숲

2025. 7. 23. 15:47News & Column

어른 김장하_ 담다, 닮다.
2025. 7. 26(흙날) ~ 9. 1(달날)

여는마당 : 7월 26일(흙날) 늦은 2시
아르떼숲 (종로구 인사동5길 12)

출품작가 :  김영순.  노경근. 박상희. 박순철.  박재철. 박형필. 유대수. 이달비.  이익렬. 장경희. 장인영. 최인호.  채한리. 
전시 취지 :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 빛이 된 이를 찾아. 담고(새기고), 닮고자 하는 것입니다.

각하고 삭한 세상, 유불리에 따라 가치관도 변하는 세태. 
이를 기준해서 보면 어른 김장하 님은 우리 시대의 또 한 사람 바보입니다.

우리는 작가로서 그가 뿌린 씨앗에 물을 대고 빛을 쐬게 하려고 합니다. 
이 시대의 바보 어른 김장하 님을 길어 올리려는 까닭입니다.

0705. <<전시 소식>>

《이 전시는 김장하 선생의 정신을 마음에 담고, 그 삶을 닮으려는 작가들이 펼치는 헌정 전(獻呈 展)입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게 지혜인 양 믿는 세상인심 속에서 어렵게 번 돈을 대가 없이 남에게 내어주는 바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름을 드러내며 생색을 내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그 바보를 시대의 '어른'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정작 자신은 오래되고 낡은 물건을 아껴 쓰면서도 세상을 위해 마땅하다 여기면 아낌없이 돈통을 여는 선생을 보고 사람들은  "바라는 게 있어서 그럴 거다", "빨갱이라서 그런다"라며 그 선의를 의심했습니다. 제 만큼의 눈으로 타인을 평가한 까닭입니다.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김장하'라는 거울에 스스로를 비춰보고 추한 꼴을 씻어내고자 합니다. 


진정한 어른이 귀한 시대, 그는 돈이 쓰여야 할 데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교육과 사회운동을 묵묵히 뒷받침해 온 그는 1983년 경남 진주에 '명신고등학교'를 세워서 기초를 굳건하게 닦은 뒤 1991년에는 국가에 기증했습니다. 시민운동ㆍ여성인권ㆍ문화예술ㆍ 형평운동ㆍ지리산 살리기 등 다양한 사회단체를 도운 선생은 이 말고도 셀 수도 없을 만큼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비를 대줘서 저마다 빛을 내는 등대가 되게 했습니다. 그들이 자라서 밝힌 빛들로 세상은 얼마나 환해졌을까요? 


김장하 선생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의 일화는 더욱 되새길만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문형배 님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김장하 장학생'이 되었기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2019년 헌법재판관이 되기 위한 국회인사청문회에서 문형배 님은 “김장하 선생님이 없었으면 저는 판사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가 사법고시를 합격한 뒤 선생을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전하자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문형배 님은 이 가르침을 한 시도 잊지 않았고, 사회정의를 위한 판결에 일관된 신념을 쏟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담고, 닮다展은 김장하 선생의 정신을 마음에 담고, 그 삶을 닮고자 하는 작가들의 다짐입니다. 전시를 통해 펼쳐 보일 작품들은 곧 선생이 뿌린 씨앗 위에 흙을 덮고 물을 주고 빛을 비추는 작가들의 모심과 섬김입니다. 선생의 사회적 실천을 작품으로 길어 올리는 것은 단지 한 인물을 칭송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로 하여금 '나는 무엇을 지키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이는 곧 사회공동체와 개인의 양심을 연결하는 공공의 장(場)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사람 사이에 '양심'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듯해서 씁쓸합니다. 미술은 태도이며, 작가는 진실에 귀 기울이는 자, 가장 겸손한 자여야 합니다. 이 전제에 동의한다면 김장하 선생의 삶은 이미 아름답다 할 것이므로 이를 작품으로 담아내는 것은 곧 미술의 참 쓸모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바보이기에 선생은 '어른'입니다. 그 존재는 거울이 되어 우리를 비춥니다. 우리는 그 앞에서 다짐합니다. 부끄러움이 미덕이 되고, 각성이 힘이 되는 양심시대를 열어가자고.

https://youtu.be/g2FF4XoD1gs?si=poLM2dnhROPipo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