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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

20060331. 씨앗, 흩날리다 - 김미경전

by printstudio89 2025. 3. 5.

[전시]씨앗, 흩날리다 

by artwood 2006/03/21 01:44 필부를꿈꾼적없다 

 

 

넓고 또 깊은, 땅으로의 回歸다. 그것이 김미경의 화면을 대한 첫 인상이랄 수 있다. 냉정하고 혹독했을 것이 분명한 그 겨울을 애써 보내고도 모자라 아직 채 걷히지 않은 잔설을 헤집고 어린 풀잎들이 드문드문 밟힌다. 또는 허공을 거울삼아 흩날린다. 흐릿하고, 아직 여리며 가볍기까지 하다.

 

여기서 回歸는 돌아와 쉬고 싶은 정착의 나른함으로서가 아니라 한 번 더 떠나기 위한 채비로서의 서두르지 않는 호흡이라고 읽는 게 더 어울린다. 이를테면 자잘하고 힘없어 보이는 그것들이 아직은 명백한 진로 없이 막연한 세상에 떠맡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생명의 출발이라는 의미에서 그 뿌리와 씨앗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바탕이 하늘인지 땅인지는 사실 분명치 않다. 이것은 단지 얼핏 눈에 띄는 형상과 구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망원렌즈로 한껏 당겨내듯 필요한 대상을 강하게 확인시키며 여백을 밀어내던 김미경의 이전 작품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바꿔 말하면, 지금 이 그림들은 대상과 공간의 경계가 그다지 확연하지 않다고 느껴지며, 그렇기 때문에 김미경의 시각은 단초점의 수직적 대면으로부터 다시점의 수평적 포용으로 변해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생명의 발아와 꿈의 잉태라는 원시적 감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미경은 변하지 않았다. 동시에 구체적 현실로서의 외향적 하늘로부터 획정되지 않은 내면적 미래를 상정하는 대지-또는 ‘그냥 비어 있는’ 공간으로의 시선의 이동이라는 측면에서는 변했다. 변하고 변하지 않았음이 논의의 중심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세계를 받아들이고, 다시 되짚어 뱉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흩날리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가야만 한다.

 

[씨앗, 흩날리다]에 붙임 _김미경 개인전 _2006. 3. 31-4. 6 _전북예술회관